베트남 생활기 13. 뗏 할리데이(TET Holiday, 설연휴) 를 앞두고 발에 입은 골절, X-ray촬영 (20150213) by bigfishjy



2015년~2017년 베트남 현장생활

현장에 가기전엔 현장에 있는 시간 동안
블로그를 통해 생활기를 계속 쓰려 했었으나,
처음엔 인터넷 사정이 안 좋아서,
이후엔 시간적 여유가 없어
베트남과의 첫만남, 그리고 음식편 이후
쓰지 못했던 그 때의 이야기들.
 
지나간 사진들로 기억을 더듬으며
다시 한번 정리해 본다.

베트남 생활기 13. 뗏 할리데이(TET Holiday, 설연휴) 를 앞두고 발에 입은 골절, X-ray촬영 (20150213) by bigfishjy

베트남에서 가장 큰 명절은 뗏(TET) 할리데이이다.
우리 설연휴랑 같다.

현장에서 일하는 대다수 근로자들은
이기간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고 교통이 편하지만은 않은 관계로
원래 정해진 뗏 연휴 기간은 일주일 정도지만

실제 뗏 이후 몇주간 근로자들이 돌아오지 않아 공정에 영향을 줄 만큼
기간이 길기도 하고, 베트남 사람들에게 의미가 큰 휴일이다.

우리 현장도 아직 초반인 관계로 약 일주일 문을 닫기로 정해졌고
사람들은 이 기간 한국, 외국여행, 베트남 여행 등 제각기 나름의 계획을 정했다.

통상 현장 생활에 주어지는 휴가는 3.5 개월마다 2주, 일년에 3번 있는데
어떻게 보면 베트남이라는 이유로 덤으로 휴가를 받은 것과 같았다.

나 같은 경우 당시 현장에 나간지 고작 한달 반 지나고서 맞는 뗏이기에
한국에 가기 보단 홀로 주변의 라오스, 캄보디아, 태국을 여행하기로 결심했고,
숙소, 항공권등을 모두 구매 해 두었다.

그런데 뗏 휴일에 들어가기 이틀 전
(당시 방에서 다이어트 목적으로 간단히 운동 등을 했었는데)
그런 운동 후 제대로 잘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
침대에 비스듬히 걸쳐 쉰다는 게 잠이 들었다.

몇 시간 쯤 지나서 목이 말라 일어나서 생수통을 향해 걷던 찰나
잠에서 깨어 제 정신이 아니었는데, 안 좋은 자세로 잠들다 보니
양 발에 피가 통하지 않아 쥐가 난 상태에서
일어났더니 양발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
마치 절하듯 다리를 굽히며 철퍼덕 바닥에 넘어졌다.
(소리도 지를 수 없을만큼 아팠는데, 일어설 수는 없고
 설마 골절 같은 게 올리는 없다는 생각에, 일어나면 낫지 않을까 하며
 침대로 다시 기어가 끙끙 대며 잠이 들었다.)

아침이 되어 본 내 발은 오히려 상태가 좋지 않았고
마치 남자들 어릴적 그 수술 하면 걷는 것과 비슷하게
발 뒤꿈치만 짚으며 어떻게 대기하는 차에 타 사무실까진 갔다.

그러나 상태가 안 좋아 의무실에 갔다가
상태를 보기 위해 병원에서 X-ray 를 찍고서
발이 골절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.



이전에 올린 적 있는 내 방 사진
이 곳에서 절하는 자세로 넘어졌고
양발 발등이 바닥을 향한 자세로 주저앉듯이 넘어졌다.
그리고 와르르 골절

사실 다음날 사람들이 알았을 때
다들 이해하지 못했다.
나 자신도 다친게 어이가 없을 정도니.

다쳤는데 아픈거보단 챙피한 느낌
나도 웃고 알게된 사람들도 웃었다. 어이가 없어서.



X-ray 촬영을 위해 갔던 차로 30분 거리 병원
이 곳이 병원안에서 담배피는 사람도 있던 곳이다.



저 열린 문 안이 X-ray 촬영실
촬영을 위한 침대 주변은 거의 창고 같았고
쓰레기와 물건을 밟고 기어 올라가 촬영했다.

촬영된 필름은 우리나라 같이 큰 필름이 아니라
B4 사이즈 정도,
그걸 그냥 허공에 들고 확인을 한다. 아 놔..

그런데 골절된 곳 중 하나가 그 작은 사진으로도 눈에 띄게
부러져 벌어져 있었기에 확실한 골절이 판단되었다.

그 사진을 보고 나서 이번 뗏 할리데이에
어떻게든 한국에 들어가 다시 제대로 검사를 받아야겠다는
마음을 먹었다.

다친 내 발을 잘 못 치료하면 누가 책임지겠나.
어떻게 되든 한국에 가서 제대로 검사 받고 치료하자는 생각.



뗏 할리데이가 시작되었고
연휴에 한국으로 들어가려 했던 사람들과 함께
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해서 찍은 사진

발이 많이 부워 신을 신을 수 없었기에
한 쪽엔 슬리퍼를 신고
한 쪽엔 의무실에서 임시로 했던 템포러리 깁스를 두른 채
비행기를 탔다.

당시엔 오래 걸릴 치료가 아니라 생각해서
짐은 모두 숙소에 두고 저 상태로 들어왔다.

휠체어는 공항에서만 임시로 빌려준 것이고
회사 의무실에서 준 목발을 짚고 왔다.

근데, 다쳐서 공항에 가니
한가지 편했던 건 특급 수속

나중에 이미 예약했던 라오스, 캄보디아, 태국
항공권, 숙소에 쓴 돈은 그냥 날렸다.
대부분 저가를 예매하다 보니
환불받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.



오전 5~6시 인천 공항에 도착해 이 상황이 처량하여 찍었던 사진
같이 왔던 회사 사람들은 모두 갈 길을 가고
나는 고향 대구로 가기 위해 KTX를 타러 가는 길

다치니 보이더라. 몸이 불편하면
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던 시설들이 얼마나 불편한지
왜 이런 곳에 턱은 이렇게 많은 지, 왜 이렇게 멀기만 한지

공항에서 KTX를 타러 가는 길은 멀었다.
새벽이라 주변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
아직 기차를 타려면 두시간 가량이 있기에, 그래 어떻게든 가보자 하며
그렇게 몸을 끌어 옮겼다.



이 날 했던 가장 큰 실수는
좀 편한 자세로 가고 싶어 끊었던 KTX 특실
특실은 문제가 승강장에 내려왔을 때 가장 먼
끝쪽에 있었다. 으.. 바보 같구나.. 그래도 가자. 가자. 일단 집에는 가야지.


다음 이야기 예고 - 한국에서의 수술, 국제시장이 떠오르다


설정

트랙백

댓글